연세대 대나무숲 감동썰
오늘 대숲에서 제 이야기 같은 글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제 이야기도 대숲은 들어줄까요
저는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4살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사실 너무 어릴때 아버지를 잃어서 저는 아버지가 없는 삶이 너무 익숙해요
아버지의 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아버지의 빈자리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자살기도를 하셨었대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아버지를 따라가려 마음먹으셨을때 엄마가 본 모습은 저와 누나가 사라진 엄마를 찾아 아파트단지를 헤집고다니며 울고 있는 모습이었대요
그때 만약 저희가 집안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저의 곁에는 지금 누나뿐이었을까요
엄마는 일을 포기하시고 저희 남매의 교육에 전념하셨어요
예절,지식,체력을 모두 갖춘 지성인이 되는 길을 알려주셨죠
평소 엄마가 주변에 베푸는 삶을 살아오신 덕분에 월 100만원 남짓의 교통사고 사망연금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간간이 치킨도 시켜 먹을 수 있는 행복한 생활을 했어요
비록 사촌형이 입던 헤진 옷을 입고 친척들의 손때가 묻은 낡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지만 저는 먹고 싶을때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생활에 큰 행복을 느꼈어요
그때 다이어트를 핑계로 항상 퍽퍽한 가슴살 한 조각씩만 드셨던 엄마의 마음을 그때는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저는 수학에, 누나는 국어에 재능을 보였었대요 누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전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서 항상 전교권에 들어왔었어요
그에 반해 저는 수학만 열심히 공부했었죠 그만큼 수학에 자부심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으로 벽을 마주쳤어요 그 친구는 12살에 나이에 칠판에 웬 높은음자리표와 영어를 써가며 수학을 공부하고있었죠 미적분이었어요 동갑인 저는 5학년 2학기 문제를 풀며 의기양양해 있었는데 말이죠
무턱대고 그 친구가 있는 학원에 등록해서 수학선생님한테 그 친구가 있는 반에 넣어달라고 졸랐어요
처음에 어이없어하시던 그 선생님은 제 첫 달 학원비를 대신 내주시며 "월말평가에 1등을 하거나, 전국 은상이상 수상을 하면 장학금으로 학원비를 전액 빼주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정말 미친놈처럼 문제를 풀었어요 학원에 살다시피하며 매일 500문제씩을 풀었어요 그러다보니 1년만에 저도 칠판에 높은음자리표를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금상도 받을수 있었죠
그런데 그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제 학원비는 선생님의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는걸 그때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이른나이에 과한 공부량으로 과부하가 왔는지 중2 후반부터 공부를 놓았어요
제게 본인의 인생을 걸어오셨던 엄마는 화가 많이 나셨죠 그 무렵 전 재산을 걸었던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집은 풍비박산이 났고 살면서 처음 빨간딱지라는걸 보게 되었어요
진짜 가난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죠 사실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면 손이 떨려와서 길게 쓰지는 못하겠어요
이후로 엄마는 일을 다시 시작하셔야만 했고 불행중 다행으로 저는 그간 쌓아온 지식으로 과고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꾸준히 공부를 계속해온 누나는 교대에 입학해 교사의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되었죠
3년간의 과고생활동안 엄마와 참 많이 싸웠어요
엄마는 제게 인생의 전부를 투자하고 계셨지만 저는 도무지 반등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공부가 너무 싫고 지긋지긋했어요
그나마 어릴때 공부해둔 수학으로 수상스펙도 쌓고 성적도 커버해서 연대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제 인생을 함께 살고 있었던 엄마는 무너져내리는 저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제가 성인이 되고나서야 엄마는 본인의 삶을 살기 시작하셨어요 사실 엄마와 저는 나이차이가 많이나요 거의 40살 차이요
그래서 제가 이제야 사람 노릇을 하려할 때 엄마는 이미 환갑에 접어들고 계셨어요 본인 또래분들보다 10살이상 동안이셨던 우리 엄마는 어느새 본인 나이에 맞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제가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자립이 불가능한 군인일 뿐인데 불쌍한 우리 엄마는 언제쯤 아들놈에게 효도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어엿한 선생님이 되어있는 누나의 존재가 없었다면 엄마는 그 누구에게 의지해야했을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저는 참 사람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저를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엄마와 항상 저부터 생각하고 챙겨주는 누나, 학원 수학선생님과 옆자리를 지켜주는 친구들까지..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너무 감사하고 특히 엄마한테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고맙고 감사해요 용기없고 능력없는 아들이 대숲에라도 엄마한테 한마디만 남겨도 될까요
엄마, 엄마는 나한테 엄마이면서 아빠였고 선생님이었고 기둥이었어 이제 곧 내가 엄마의 기둥이 되어줄게 제발 더 늙지말고 기다려줘 철없는 아들 사람 노릇 좀 하게 도와줘 아프지말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