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주식 급상승의 끝? 과거 유동성 장세를 보면 안다
주가가 오르자 주식시장으로 돈이 엄청나게 몰려 들어왔다. 개인 자금이 ‘바이코리아’ 펀드 등 투신사로 몰렸는데 많을 때에는 하루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당시 시가총액인 150조의 0.7%에 달하는 돈인데 이를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1조원에 해당한다.
이번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별칭 하에 6개월 넘게 개인 매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 순매수가 1조원을 넘은 날이 8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998년에 얼마나 많은 개인 자금이 시장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이 힘으로 주가는 중간에 두 번의 부분 조정을 거치면서 1050까지 올라갔다. 8개월간 상승률이 380%로 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전무한 기록이었다.
두 번째는 2001년 9월이다. 911테러가 발생한 직후인데 국내외 모두 금리가 크게 인하했다.
미국은 3.5%였던 금리를 석 달 만에 1.75%로 내리고 유동성 공급에 들어갔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당시 유행했던 단어가 ‘애국 소비’였다.
가계의 강한 소비를 통해 테러세력에게 미국 경제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주자는 캠페인인데 이를 위해 연준은 돈을 풀고, 의회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치를 취했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코스피는 테러 발생 직후 463에서 다음해 4월 943까지 상승했다. 6개월 조금 넘는 동안 주가가 두 배가 된 것이다.
당시 상승도 일반투자자가 큰 역할을 했다. 저금리에 대한 기대와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주가를 100% 이상 올랐다.
문제는 상승이 끝난 이후다. 5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10월에 출발점 부근으로 다시 내려왔다.
세 번째는 2007년이다. 4월 1450에서 출발한 주가가 3개월 만에 2000을 넘었다. 당시 상승은 개인의 주식형펀드 가입에 의한 기관 매수 증가가 동력이었다.
4월말 42조원이었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가 6개월 만에 110조원으로 60조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추세는 주가가 꺾인 이후에도 이어져 결국 140조원이 됐다.
당시 시가총액이 750조원 정도이고 지금은 1600조원을 넘으니까 2007년 주식형펀드 유입액 60조원을 지금 기준으로 바꾸면 120조원이 넘는 돈이 된다.
한 달에 20조원 가까운 개인 자금이 시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개인 순매수가 시작된 지난 6개월간 개인의 누적 순매수는 28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2007년도 유입 규모의 1/5 수준이다.
2007년에도 주식형 펀드를 통해 2000을 돌파한 후 주식시장은 빠르게 힘을 잃고 석 달 만에 1570까지 24% 하락했다. 이 지수는 유동성 장세 출발점 부근이었다.
앞에서 본 과거 사례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끌어낼 수 있다.
우선, 이번 유동성 장세의 강도는 과거 유사 사례에 비해 약한 편이다. 자금 유입이 크지 않고 기간도 길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8월 들어 선진국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유동성장세는 주가가 단 한 번에 자기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오른 후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중간에 쉬는 게 없는데 최근 국내외 시장이 주춤하는 건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