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원격의료, 묻혀진 환자 권리] 진료기록 이메일 발급 거부 병원 ‘의료법 위반’
2019년 10월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 업무지침’을 발표했다.
업무지침은 정부의 유권해석 등을 정리해 담은 해설서다.
지침에 따르면 환자가 원할 경우 병원은 환자의 진료기록부 사본을 우편이나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어야 한다.
담당의사의 확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 진료기록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본을 발급받는데 담당의사의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가 진료비를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병원은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미루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온라인으로 신청할 경우 “즉시 발급하거나 발급예정시간을 안내해 제공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의료기관 직원의 정규 근무시간임에도 내부 규정을 이유로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 발급 요청을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환자가 이메일 서비스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법을 정확히 아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많은 병원이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할 때 환자나 환자 대리인의 방문을 요구한다.
일부 의료기관은 근거 없는 ‘의료법’을 내세우며 반드시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연하다는 듯 불법을 저지르면서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환자의 진료기록이 유출될 우려가 있는데, 병원에선 이런 책임까지 지는 것을 꺼린다”며 “병원의 의무와 환자의 권리를 알면서도 의료법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환자의 불편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온라인으로 진료기록을 신청할 때 신청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본인 확인’ 방법이 병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환자의 정당한 요구를 병원이 묵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단체는 대한의사협회다.
지난해 8월에는 16개 시도의사회에 진료정보교류 사업에 참여하지 말거나, 참여하고 있다면 중단을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의사의 지적재산을 정당한 대가 없이 가져가 정부가 주도적으로 환자 정보 빅데이터 사업을 할 우려가 있고, 사업 참여 과정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에 대한 보상도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중소형 의료기관 일부도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쏠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